굴렁쇠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돕는 전통 놀이 굴렁쇠

wizard-jeong 2025. 10. 20. 18:13

굴렁쇠 놀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운 교육의 장이었다.
함께 굴리고, 웃으며, 배려를 배우던 그 순간 —
굴렁쇠는 인간관계의 첫 교실이었다.

 

 

서론|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돕는 전통 놀이 굴렁쇠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던 시절, 골목마다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굴렁쇠는 그 중심에 있었다.
쇠고리 하나와 막대기 하나면 충분했던 놀이였지만,
그 안에는 소통·협동·배려·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법은 점점 잊고 있다.
굴렁쇠 놀이는 그런 세대에게 ‘함께’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전통 교육이었다.

이 글에서는 굴렁쇠가 어떻게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고,
협동심과 감정 공감을 자연스럽게 길러준 놀이였는지를
심리학적, 교육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돕는 전통 놀이 굴렁쇠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돕는 전통 놀이 굴렁쇠

 

함께 굴리며 배우는 협동의 감각

굴렁쇠 놀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진짜 재미는 함께 굴릴 때 생긴다.
골목길을 달리며 서로 속도를 맞추고,
누군가의 굴렁쇠가 넘어지면 함께 멈춰 세워주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동과 배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심리학적으로 ‘협동 놀이(Cooperative Play)’는
사회성 발달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행동하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동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굴렁쇠는 이 과정을 완벽하게 구현한 전통 놀이였다.

특히 굴렁쇠는 공정한 놀이 구조를 가졌다.
힘이 센 아이만 이길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
균형과 집중, 리듬이 중요한 놀이였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맺기’의 훈련장이었다.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율성과 책임을 배우다

굴렁쇠 놀이는 정해진 규칙이 없었다.
아이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역할을 나누며 놀았다.
예를 들어 “먼저 굴리는 사람은 길을 터주자”라거나
“굴렁쇠가 쓰러지면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약속은
놀이의 자율적 규칙이었다.

이 과정은 곧 민주적 의사소통의 훈련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며 합의를 끌어냈다.
이건 오늘날 학교에서 강조되는 ‘리더십·의사소통 교육’의 원형이었다.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는
“놀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규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굴렁쇠 놀이는 바로 그 ‘사회적 규칙’을 몸으로 배우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규칙을 깨면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을 경험했고,
책임감과 공정성의 의미를 스스로 체득했다.

결국 굴렁쇠는 자율성과 공동체 윤리의 교과서였다.

 

감정의 교류와 공감 능력의 성장

굴렁쇠 놀이는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감정의 공유였다.
함께 달리며 느끼는 바람, 성공의 환호, 넘어졌을 때의 위로 —
이 모든 순간이 공감 훈련의 장이었다.

아이는 타인의 표정을 읽고,
“괜찮아?” “조금만 천천히 하자” 같은 말을 건네며
상호 감정 교류를 배웠다.
이건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정서적 사회화 과정이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이런 놀이 경험을
‘감정 지능(EQ)’의 기초라고 부른다.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은
IQ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성장 요인으로 평가된다.

굴렁쇠 놀이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나누는 법,
타인의 기쁨을 함께 느끼는 법,
그리고 실수한 친구를 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 안에서 형성된 ‘우리’라는 감정은
지금의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 감성의 뿌리였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필요한 굴렁쇠의 정신

오늘날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친구를 사귀지만,
정작 눈을 마주치며 웃는 법은 잊고 있다.
관계는 늘 빠르고 가볍게 연결되지만,
그만큼 쉽게 끊어진다.

굴렁쇠 놀이는 이런 시대에 던지는 따뜻한 교훈이다.
‘함께 굴려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단순한 진리가
바로 공동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굴렁쇠나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전통 놀이를 교과 과정에 다시 도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이 단순한 게임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낄 때,
비로소 사회성이 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굴렁쇠의 원은 끝이 없다.
돌고 돌며 아이들의 웃음을 이어준다.
그 안에는 인간관계의 본질,
즉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해지는 ‘우리’의 철학이 담겨 있다.

굴렁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사회적 다리였다.